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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아이블 – 독서하는 소녀

독서의 황홀

“책은 가장 조용하고 변함없는 벗이다.”
찰스 W. 엘리엇Charles William Eliot
프란츠 아이블(Franz Eybl, 1806~1880)의 〈독서하는 소녀〉는 책 읽기에 완전히 몰입해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를 발산합니다. 까맣고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긴 채 시선은 오로지 책에만 고정하고 있군요. 대체 무슨 책이기에 옷자락이 어깨 아래로 슬며시 흘러내린 것조차 모르는 걸까요? 무척 궁금해지네요. 두근거리는 대목이 등장한 모양입니다. 가슴에 살며시 손을 얹은 걸 보면.

아이블은 오스트리아 빈 태생의 화가로 풍경화와 역사화 등에 주력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중요한 초상화가 중 한 명이기도합니다. 당시 유명했던 오스트리아의 초상화가로는 모리츠 미카엘 다핑거(Moritz Michael Daffinger)가 있는데, 다핑거는 우리가 잘 아는 작곡가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 등을 비롯한 여러 유명 인사들을 초상화로 남긴 화가이지요. 아이블이 그린 소녀를 보면서 이렇게 맑고 깨끗한 소녀의 내면을 오롯이 전해줄 줄 아는 화가라면 자신의 영혼도 그만큼 순수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어린 시절 펼쳐 보던 동화책은 타임머신이었습니다. 책장만 펼치면 자그마한 방에서 옛날이든 미래든, 유럽이든 아메리카든 다른 시간, 다른 세계로 순간 이동을 할 수가 있었거든요. 장 지오노(Jean Giono)의 말처럼 ‘앉아서여행’했던 겁니다. 친구들이 놀자고 부르러 와도 건성으로 대답하기 일쑤였던 까닭은 앉아서 하는 시간 여행, 세계 일주가 공기놀이나 고무줄놀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재미있었기 때문이지요. 형편도 어렵고 요즘처럼 도서관이 흔하지 않던 그 시절, 부모님께서 동화책을 사다 주실 때마다 비록 낱권일지언정 말로는 표현 못 할 정도로 기뻤습니다. 지금도 책장한가운데 꽂혀있는 세계문학전집은 그때부터 저의 보물 1호가 되었습니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사 볼 수 있어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 이후로 한번 마음에 둔 책은 언젠가 꼭 사고야 마는 습관도 생겼지만 ‘책 읽지 않는 책 애호가’는 되지 않겠다고 늘 다짐하곤 합니다. 책에 대한 욕망도 일종의 사치니까요. 그러면서도 갈수록 늘어나는 책들은 책장을 빽빽이 채우다 못해 바닥으로 내려앉았습니다.어쩌다 한번 마음먹고 책의 위치를 바꿔놓거나 정리를 해도 제 책꽂이는 변함없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언젠가 일본의 지성인 다치바나 다카시(立花 隆)가 책을 쌓아두고 독서를 하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는데, 어마어마한 그의 독서량은 말 그대로 ‘지(知)의 거인’다웠습니다. 그가 소위 ‘서점 순례’를 하면서 구입해 읽는 산더미 같은 책의 양은 저와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더군요. 어디 그뿐인가요. 에디슨(Thomas Alva Edison)은 평생에 걸쳐 350만 페이지의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약 30년 동안 매일 한 권씩 읽으면 나오는 분량이라는군요. 이런 무시무시한 독서광들을 보면 저절로 반성하게 됩니다. 그러니 바닥에 쌓인 제 책들을 보면서도 아직은 괜찮다고 안도의 숨을 쉴 밖에요.

그리고 19세기에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은 소설가 조르주 상드(GeorgeSand)는 여성의 신분으로 바지를 입고 튼튼한 부츠를 신은 채 자유롭게 산책하거나 음악회, 연극, 카페, 오페라, 살롱 등을 출입하면서 파리라는 도시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던 모양입니다. 긴 드레스처럼 거추장스러운 여성 복장은 기능성이 떨어짐을 알고 남장을 감행했던 상드는 남성 복장의 편리함을 활용해 자신의 정신세계를 넓혔던 겁니다. 그러니 여성의 복장이 자유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에는 카페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저는 집에서, 출퇴근길의 지하철 안에서, 약속 장소에서, 그리고 식당에서도 가끔혼자 밥을 먹으며 책을 펼칩니다. 타인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는 편은 아니지만 책이 있으면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을 흘끔거리며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돌리게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지요.

독서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과 타인을 이어주는 가교이기도 하지요. 자기 자신을 알기가 얼마나 어려운가요. 타인을 이해하기도 결코 쉽지 않지요. 독서를 하면 나를 알아가는 능력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는 이해심이 조금씩 커지는 것 같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책에서 얻은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실천을 해야 한다는 점이겠지요. 오늘도 책 속의 인상적인 구절들이 말을 걸어오리라 기대하며 책장을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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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길목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명화이야기 : <삶이 그림을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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