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파는 가게, 애플스토어 2014년 5월 14일 – Posted in: 책정보 – Tags: , ,

애플 스토어를 경험하라

<애플 스토어를 경험하라> 표지

애플은 참 오묘한 기업이다. 제품의 가짓수가 많은 것도 아닌데 매출이나 이익률은 매우 높다. 단순히 이 회사가 파는 물건들만 그런 게 아니라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리테일 스토어도 단위 면적 당 매출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애플스토어는 특별한 할인 정책 없이 정가에 판다. 똑같은 걸 사도 좀 더 비싸다는 얘기다. 단순하게 보면 장사를 잘 한다는 얘기인데 또 그렇게 단순하게만 보기에도 애매한 구석이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회사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지나칠 정도로 많은 의미를 붙여 과대 해석하기도 하고 이 회사가 하는 모든 것은 특별해야 한다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도 많다.

<애플스토어를 경험하라>

이 책은 애플스토어의 기록적인 매출을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애플이 어떻게 이를 이룩해 왔느냐를 오랜 시간을 두고 분석했다.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꽤 있다.

분명 애플스토어는 독특한 공간이다. 하지만 이게 하루 아침에 만들어져 애플 제품의 인기만을 등에 업고 장사를 잘 하는 매장은 아니라는 얘기다.

책에서는 현재의 애플스토어 환경이 만들어진 이유로 ‘시스템’을 꼽는다. 직원들을 정해진대로 움직이게 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교육 외에는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열어둔다.

애플스토어에 가면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직원들이 쉴새 없이 재잘재잘 떠들어대고 두리번거리는 내게 다가와 말을 건다. 뭐 찾는 게 있느냐, 원하는 게 있느냐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를 한다. 직원이 다가와도 영어에 자신이 없어 오래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을 빼고는 물건을 사든 안 사든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직원이 직접 붙는 서비스는 요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패션 업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명품 브랜드 매장에 갔을 때 전담 직원이 1대1로 딱 붙어 너무나도 친절하게 제품을 설명하고 체험하게 해주고 구입까지 직접 다 도와주는 서비스가 이뤄지지만,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어딘가 불편하다. 책에서는 이 이야기를 구체화한다. 먼저 자연스러운 관계를 만들어내고 내가 뭘 필요로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애플스토어 직원들의 업무다.

맨하튼 5번가에 있는 애플 스토어

맨하튼 5번가에 있는 애플 스토어

비싼 물건보다 정확히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자동차를 구입할 때 ‘아반떼를 사러 갔다가 그랜저를 사서 나온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 영업사원의 역량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애플스토어에는 아이패드를 사러 갔다가 아이팟을 사는 경우도 생긴다. 필요하지 않은 걸 샀다가는 그 제품 또는 회사에 대한 불만이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애플스토어에서는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경험과 관계, 가치를 판다고 지속해서 설명하고 있다.

고객 경험을 위해 제품을 전시하는 데 몇 가지 전략이 숨어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지난해 아이패드 미니가 국내에 출시되기 직전에 국내 유통사들이 제품 전시를 준비하는 모습을 창 너머로 봤는데, 제품을 전시하는 위치부터 각도 등 모든 것을 아주 세세하게 신경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책에서는 맥북의 화면 각도를 90도로 세워두는 것을 예로 들었다. 맥북의 화면을 보려면 화면을 뒤로 좀 더 꺾어야 하고 그때 제품을 직접 만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손이 닿는 것과 안 닿는 것의 차이다.

또한 애플스토어의 지니어스들은 제품에 대해 할 수 있는 한 많은 설명과 활용방법, 노하우 등을 아낌없이 알려준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와서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물건을 사든 안 사든 애플 제품을 쓰려는 이들은 애플스토어에 갈 수밖에 없다. 애플스토어는 제품을 통해 경험과 가치를 판매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기까지 스티브 잡스의 그림자를 지울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스티브 잡스가 이걸 다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애플이 원하는 직원은 스티브 잡스의 생각을 잘 읽어 그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다. 책에서는 “스티브 잡스였다면…”이라는 말로 설명하는데 그것보다도 올바른 생각에 대해 스티브 잡스 앞에서라도 합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용기다.

애플 스토어의 내부 모습

그 용기를 제대로 꽃피우기 위해 애플은 직원들 스스로가 자신감을 갖도록 하고 또 여러가지 권한과 동기를 부여한다. 자기가 판매하는 제품이 좋다는 자부심과 스스로가 애플스토어 안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정확히 짚어서 권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늘 활기차고 밝은 얼굴로 고객을 대한다. 이는 꼭 판매점 뿐 아니라 여러 자리에서 마주치는 다른 일을 하는 애플 직원을 만날 때도 그리 다르지 않다.

애플스토어는 IT 기기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리테일 시장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애플스토어를 따라하는 체험 매장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분위기도 닮았고 시스템도 비슷한데, 어딘가 느껴지는 분위기는 다르고 어색하다. 시스템만 가져다 붙일 게 아니라 기업 문화, 그리고 리테일 마켓에 대한 철학 자체가 필요한 것이다. 애플의 것이 가장 좋다는 게 아니라 저마다 그에 맞는 생각과 철학,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적절히 옮기는 시스템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이하 중략)

출처: 블로터닷넷 http://www.bloter.net/archives/159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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